말씀하신 상태는 단순히 ‘심심하다’의 차원을 넘어, 삶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진 상태로 보입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무쾌감증’이라고 하는데, 우울감이 뚜렷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즐거움이 사라지는 형태로 나타나곤 합니다. 군 복무 전후로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긴장과 규율 속에서 살던 리듬이 무너지고, 자유가 생겼는데도 방향을 잡기 어려워 이런 공허함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억지로 뭔가를 ‘재밌게’ 하려 하기보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지금의 무기력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시작입니다. 그리고 하루 일과 안에서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몸을 움직이는 행동’을 일부러 만들어 보세요. 예를 들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아침에 햇빛을 쬐는 것, 사람과 짧게 대화하는 일 등이 작은 자극을 줍니다. 이런 반복된 행동이 일정 기간 지나면, 뇌의 보상 회로가 서서히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또 지금은 외부 자극보다 내면적 원인을 살펴볼 시기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수면의 질이 떨어지거나, 식욕이 변하거나, 에너지가 과도하게 줄어든 느낌이 있다면 단순한 권태감이 아니라 가벼운 우울 상태일 수 있으니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합니다. 요즘은 약물 없이 상담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고, 초기 개입만으로도 회복 속도가 빠릅니다. 중요한 건 ‘왜 이렇게 됐을까’보다 ‘지금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기 위해 뭘 해볼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입니다. 너무 멀리 보지 말고, 오늘 하루를 조금만 다르게 만들어 보세요. 작은 변화가 다시 흥미를 되찾는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