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00:48

친구 부탁으로 택배를 대리수령 했는데, 그게 마약이었습니다. 공범인가요? 친구가 해외에서 오는 택배라며 자기 대신 받아달라고 해서 제 주소로

친구가 해외에서 오는 택배라며 자기 대신 받아달라고 해서 제 주소로 물건을 수령했습니다. 그런데 택배 박스를 열기도 전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저를 '마약 대리 수령' 및 '유통 공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저는 정말 내용물이 마약인 줄 몰랐고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인데, 제가 공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요? 친구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너무 막막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으로 지식iN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이동간 변호사입니다.

이 상황은 정말 억울함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먼저 구조부터 정확히 짚고 가셔야 합니다. 친구 부탁으로 택배를 대신 받아줬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마약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약 사건에서 공범이나 유통 가담으로 처벌되려면, 최소한 그 물건이 마약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거나, 마약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수령을 도왔다는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질문자님을 강하게 의심하는 이유는, 국제·국내를 불문하고 마약 유통에서 ‘대리 수령지’가 자주 이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는 수령인부터 현행범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수사의 출발점이지, 법적으로 공범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공범 성립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마약이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둘째, 수령 행위가 유통 과정의 일부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령을 도왔는지입니다. 질문자님처럼 박스를 열어보지도 않았고, 평소 정상적인 택배 대리 수령과 다를 바 없었으며, 금전적 대가도 없었다면,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나는 몰랐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몰랐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정황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의 메시지에서 택배 내용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는지, 위험하거나 은밀한 표현이 없었는지, “열어보지 말라”거나 “절대 말하지 말라” 같은 지시가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해외에서 오는 택배라 대신 받아달라”는 정도라면, 이는 일반적인 부탁의 범주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반복성 여부입니다. 이번이 처음이었는지, 과거에도 비슷한 부탁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일회성 대리 수령이고, 이후 추가 행동 없이 바로 적발되었다면, 유통 공범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면 수사기관의 의심은 강해질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특히 조심하셔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억울함을 강조하다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받아줬다”, “설마 마약일 줄은 몰랐지만 해외라서 찝찝하긴 했다” 같은 표현을 쓰면, 그 말이 그대로 미필적 고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정에서는 이런 한 문장이 공범 인정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질문받은 사실 범위 안에서만, 확인 가능한 사실만 말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친구가 연락 두절인 점은 질문자님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이 수동적으로 이용당한 위치라는 점을 보여주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친구와의 관계, 평소 신뢰 관계, 이전에 불법적인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은 차분히 설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대리 수령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마약 유통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알고 했느냐’가 아니라 ‘알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었느냐’**입니다. 그 정황이 없다면 공범 성립은 다툴 여지가 충분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은 공포 때문에 말을 늘리거나 추측을 덧붙이지 않고, 사건을 ‘일회적·비의도적 대리 수령’의 범위 안에 안정적으로 묶어두는 것입니다. 그렇게 구조가 정리된다면, 전과로 이어질 사안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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